네팔 푼힐 트레킹 - Day.7 2014/05/07 - 트레킹 마지막날(뉴브릿지-시와이-포카라)

2017. 8. 1. 22:16해외지사/14년 네팔(Nepal)

 

네팔 푼힐 트레킹 (Nepal Poonhill Trekking) 

- Day.7 2014/05/07 -

 - 트레킹 마지막날 -

뉴브릿지 - 시와이 - 포카라

New Bridge(1,340m) - Siwai(1,380m) - Pokhara(900m)


- 안나푸르나를 드디어 맛보다(뉴브릿지)

 

미친 아침이다. 아니 미친 새벽이었다. 전날 피로와 네팔 소주 과음으로 9시에 잠들어 새벽 5시쯤 소피가 마려워 잠을 깻다. 아직 어둡거니 하고 방을 나가보니 이미 날은 밝아 있었다. 기지개를 펴고 아무 생각 없이 하늘을, 산쪽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와~~ 미쳤다!!!!" 하고 혼잣말로 소리를 질렀다. 트레킹 시작부터 궂은 날씨에 답답하던 하늘과 구름에 가린 산의 풍경은 지금 이 아침엔 거짓말 가트다. 삼각대와 카메라, 렌즈 두개를 모두 들고 나왔다. 그리곤 계속 사진을 찍었다.

24-70mm로 찍어보니 어딘가 멀고 답답해 보인다. 챙겨와서 한번도 써보지 못한 85mm 만투를 착용해봤더니 확실히 질이 다르다. 훨씬 선명하고 가깝게 느껴진다. 마치 정말 내 눈앞에 있는 것처럼, 아니 있을 것처럼...

일어난 쥔장에서 봉우리 이름을 물어보니 큰 거는 안나푸르나(몇봉인진 모름) 그리고 옆에는 훈출레(?)던가? 알려줬는데 까먹었다. 네이놈에 찾아봐도 안나온다. 젠장. 암튼... ㅜㅜ

 

 

 

 

그 동안 밀린 숙제를 하듯, 배터리도 갈아가며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사진을 찍으니 주문한 아침도 나온다. 어제밤 함께한 금동이 형님은 일어날 생각을 안한다. 간밤 롯지 손님은 우리 둘 밖에 없어서 혼자 조용하게 맘놓고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앞에 있는 산 봉우리들 사이로 딱 저렇게 높은 두개의 산봉우리만 비춰준다. 요리 저리 셋팅이랑 각도 바꿔가며 수백장 찍은 것 같은데 건진건 몇장 안된다. 사진이 다 그렇지 뭐~

 

 

 

 

<처녀 치맛자락 감추듯 한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산 봉우리를 가르켜 한국 아재들이 흔히들 이렇게 표현한다. 날씨에, 구름에 가려 보일듯 말듯, 보여줄듯 말듯 하다가 오늘 아침에서야 드디어 그 처녀가 치맛자락을 잠시 들쳐줘 나를 흥분시켰다. 그 흥분도 잠시, 이내 구름이 몰려와 온 하늘을 뒤덮는다. 구름이 만들어 내는 풍경 또한 일품이다. 푼힐 전망대에서 제대로 된 산봉우리 풍경을 감상하지 못해 내내 서운 했는데 트레킹 마지막날에서야 작은 꿈을 이룬다.

 

   

 

 

 

 

롯지 쥔장님의 꼬마 아가씨까지 잠에서 깨어 마당을 돌아다닌다. 매일 낯선 여행자들을 보는게 일상이겠지만 오늘 아침에 만난 못생긴 한국 아재 또한 신기 한가 보다. 내 주위를 계속 맴돌며 귀여움을 떤다. 러진에게 부탁해 사진을 찍는 대도 옆에 찰싹 붙어서 같이 포즈를 취해 줬다. 2014년 10월달에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BC 트레킹)에 갔을때 이 꼬마 숙녀를 다시 만났다. 몇달 사이에 훌쩍 커버린 모습은 안나푸르나 트레킹으로 글을 쓸때 다시 볼수 있겠다. ㅋㅋ


- 다시 포카라로(Back to Pokhara)

 

뉴 브릿지에서 두시간 더 걸어 시와이(Siwai)에 도착, 버스를 타면 바로 포카라로, 푼힐 트레킹은 이렇게 끝이다. 이 두시간이 푼힐 트레킹에서 가장 힘들고 길었던 시간 인듯 하다. 전날 먹은 네팔 소주에, 그리고 어제 사람들을 떠나 보내고 진짜 혼자 인듯한 기분에 홀로 휩싸여, 잔인한 고독을 느끼며 러진 뒤를 쫄래 쫄래 쫓았다. 경사도 없을 뿐더러 집에 가는 길이기에 러진 걸음은 유난히도 빨라 보인다. 저만치 앞서 가는 러진 뒤에서 혼자 쓸쓸한 발라드를 흥얼 거리며 뒤다라 간다.

 

 

 

시와이에 도착! 타이밍을 잘못 맞추면 훨씬 오래 기다릴수도 있었다. 버스 시간이란게 있긴 하지만 네팔 로컬 버스가 과연 얼마나 시간을 잘 맞춰서 운행 할까? 작은 정류소 앞에 현지인과 여행자들이 섞여서 모두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다행이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가 왔다. 아니면 하염없이 앉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려야 할지도...

 

네팔 시와이에서 출발하는 포카라행 완행 버스다. 네팔 현지인도 타고, 외국 여행자도 타고, 닭도 타고, 염소도 타고, 강아지도 탄다. 꼬불꼬불 울퉁불퉁 비포장 길을 달리는 버스는 손만 들면 다 태워준다. 자리가 없으면 어떻게든 끼워 태운다. 다음 버스가 언제 올지 기약 없기 때문에 기약 없이 길 옆에 서있다가 버스가 오면 손만 들면 된다. 허리가 꾸부정한 할매가 타길래 자리를 양보 할려 했는데, 머리를 손으로 가리키며 멀미가 심해 자기는 통로에 앉는다. 놀이기구 타는 기분이다. 앞뒤 아래위 양옆으로 흔들어 대는 포카라행 완행 버스에서는 손잡이를 꽉 잡고 온몸은 힘을 빼야 한다. 버스가 흔들리는 방향에 저항해서 몸에 힘을 주어 버티면 더 힘들다. 그냥 몸에 힘을 빼고 버스가 흔들리는 대로 몸을 맡기면 편하다.

 

통로에 앉아 있던 할매 상태가 이상해 보이더니 내가 방심한 틈을 타 등산화에 토를 했다. ㅜㅜ 옆에 현지인들은 할매 상태를 체크 하더니 아무렇지 않은듯 하다. 다행이 가방에 휴지가 있어 할매 몇장 주고, 내 신발을 닦았다. 아주 잠시 동안 알싸한 할매의 토 냄새가 버스안에 자욱했다 사라졌다.

한국 사람들이 트레킹을 마치고 포카라로 내려오면 가장 먼저 먹는게 역시나, 당연히 삼겹살이다. 나도 뼈속까지 한쿡 살람! 인지라 포카라의 대표적 한국식당 <산촌다람쥐>에서 러진이랑 다른 여행자와 합석해 삼겹살에 맥주를 냠냠 쳐묵 하고 푹 쉬었다. 러진이랑은 내일 시간 되면 다시 얼굴보자는 약속을 하고 ...산촌 다람쥐는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 2014/05/07 일정 요약 -

 

뉴브릿지(New Bridge 1,340m) - 시와이(Siwai 1,380m) - 포카라(Pokhara 900m)

 뉴브릿지 - 시와이(2시간 트레킹)       /      시와이- 포카라(3시간? 버스)

 

- 경비 지출 -

내용

네팔루피

원화

뉴브릿 롯지  2,260 22,600
로진,나 로컬버스 520 5,200
택시-터미널-포카라  300 3,000
산촌 삼겹살,맥주  2,820 28,200
로진 팁 50달러   50,000
산촌 청국장, 맥주  730 7,300
7일 총 116,3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