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푼힐 트레킹 - Day.6 2014/05/06 - 트레킹 넷째날(따다파니-뉴브릿지)

2017. 7. 31. 23:25해외지사/14년 네팔(Nepal)

 

네팔 푼힐 트레킹 (Nepal Poonhill Trekking) 

- Day.6 2014/05/06 -

 - 트레킹 넷째날 -

따다파니 - 뉴브릿지

Tadapani(2,590m) - New Bridge(1,340m)


-따다파니에서 해탈을 하다

 

따다파니 파노라마 포인트 롯지(Tadapani Panorama Point Lodge) 마당에서 보이는 마차푸차레의 풍경이다. 이런 엄청난 뷰가 있기에 따다파니 포인트가, 이 롯지가 유명한 것이다. 아침 6시에 기상하여 아직은 해가 뜨기 전이다. 마차푸차레 정상을 딱 가리고 있는 저 구름만 지나가면 되겠구만 새벽부터 저 녀석은 저기에 짱빡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으니, 고구마 백개를 먹은 기분이다.

 

마차푸차레[Machapuchare]
네팔 북중부의 안나푸르나히말에 있는 산으로 높이는 6993m이다. 주요 타운인 포카라(Pokhara)에서 북쪽으로 약 25㎞ 지점에 있으며, 현지 주민들이 신성시하여 등산은 금지된다.

 능선이 가파르고 뾰족하기 때문에 주변의 일부 봉우리보다 낮지만 특별히 이목을 끈다. 이중의 봉우리가 물고기 꼬리처럼 생긴 데서 '피시테일(Fish's Tail)'이라는 별칭이 생겼고, 알프스산맥의 마터호른산과 비교하여 '네팔의 마터호른(Matterhorn)'이라고도 불린다. [네이버 지식백과]

 

드디어 해가 뜨기 시작하여 하늘은 온통 마차푸차레 능선을 따라 찬란한 빛을 이룬다. 한국에서도, 네팔로 오는 동안에도 가슴속 깊이 답을 찾지 못하는 문제들에 휩싸여 있었다. 푼힐 트레킹을 시작하여 묵묵히 산을 오르고, 이렇게 종일 산만 보고 있노라니 명확하진 않지만 어떠한 답들이 정해지기 시작했다 . 며칠간의 짧은 여행으로 무슨 인생이 바뀌고, 자신이 달라지냐며 다 허풍이라고 여행을 무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의 경우는 짧고 강렬한 여행 한번이 내 삶에 방향을 달라지게 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내가 내린 답은 이거 였다.

이렇게 산만 봐도 세상 좋은데, 나는 뭘 그리 바쁘고 힘들게 살았을까?

내가 처리하지도 못할 문제들, 내 능력밖의 문제들을 왜 싸매고 살았을까?

이래사나 저래사나 어차피 한번 뿐인 삶이다. 그냥 나는 내가 하고 싶은거, 나만을 위해 살자!

이렇게 나는 나를 한번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나를 위해 산다는게 절대로 행복한건 아니다. 나야 맘 편하겠지만,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특히나 가족들의 바램이나 희망을 저버리는 결과가 되어버리니, 지금도 결혼해서 평범한 가정을 꾸리길 바라는 부모님에게는 특히나 미안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미 이때 이렇게 하자고 답을 내려 버렸는데, 그리고 그 결정대로 나름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건데...

 

 

 

그 뒤로는 그럼 <행복>이란게 뭔지 계속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내가 하고 싶은걸 하는게 행복 인건지, 일상속에 소소한 기쁨을 누리는게 행복인건지, 남들이 보기에 성공해 보이는 모습이 행복한건지...

 

아직까지 행복에 대한 답 또한 찾지 못했지만 그냥 내 맘편한 상태!가 행복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이가 들고 어느 순간부터 환하게 웃지 않는 나를 발견했다. 20대에는 세상 모르게 철없이 똘아이 처럼 살았었는데, 너무 많은걸 알아버리고 걱정해서 그런지 환하게 웃지를 않는다. 그럼 난 행복하지 않는걸거다.

 

여기 어린 포터들은 이른 아침 떠날 준비를 하면서 종일 희희낙락이다. 물질적으로 따진다면 내가 이 친구들보다 몇 천배는 더 누리고 있겠지만, 누가 더 행복하냐고 하면 이 친구들이 나와 비교할때 무한대로 행복해 보인다. 

 

 

마차푸차레가 보이는 이 멋진 풍경 앞에서 아침을 먹고, 함께온 친구들과 인생 수다를 떨수 있는 호사를 누리는 것도 행복일건데, 난 눈앞에 있는 행복도 보지 못하고 평생 진짜 행복을 찾아 방황할게 뻔하다. 그걸 알고 있다. 그게 내 팔자라면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 생각을 했던 것도 이날! 이때의 아침이었다.

간밤에 열심히 취중수다를 떨었던 스위스 청년 다니엘은 아침에 초췌한 몰골로 인사를 한다. 알고보니 술이 약한데 어제 과음을 했다고 오늘 산행을 걱정하며, 자기는 또 재미 없는 중년들에 합류해야 한다면 투덜대며 작별 인사를 했다. 

 

트레킹 첫날부터 만난 경희 누나는 오늘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트레킹으로, 고레파니에서 만난 연옥이는 다시 포카라로 돌아가는 날이다. 비록 며칠이지만 특별한 공간에서의 인연이라 급하게 정이 들었는데 이른 아침부터 아쉬움이 남았다. 롯지 쥔장도 함께 사진을 찍었는데 나만 거인 같은 이 느낌은 뭐지?


- 뉴 브릿지로 가는 길(몸조심해 누나!)

 

 

 

 

 

 

8시 30분에 따다파니 롯지에서 출발하여 연옥이는 오전 일찍 길이 갈려 포카라 쪽으로 하산 하고, 나와 경희 누나는 계속 내려가는 길이다. 잔디가 시원하게 깔린 롯지에서 잠시 쉬는데 세계 여행중인 호주 부부를 만났다. 대단한 커플이다. 포터를 고용하지 않고 남편이 70리터가 넘어 보이는 배낭에 모든 짐을 지고, 와이프는 3살짜리 꼬마 제임스를 배낭에 지고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를 거쳐서 하산 하는 중이란다. 여행중에 애가 아프면, 특히나 이런 높은 산에 트레킹 중에 아프면 어떡하냐고 물으니, 방법은 없다고 한다. 그냥 제임스가 아무 탈 없이 무사히 함께 할수 있기를 남편과 매일 기도 한다고 답했다. 그냥 평범한 대답일수도 있었는데, 나는 그 부부가 그리고 제임스가 너무 대단하고 위대해 보였다. 이게 진짜 사랑이구나... 

이 망할 데쎄랄을 가지고 여행을 하는 건지, 모시고 여행을 하는 건지, 사진은 제대로 찍지도 못하면서 쓸데없이 욕심만 많아서 트레킹 내내 손에서 놓지를 못했다. 맨날 무겁다고 불평만 하면서 결국 계속 손에서 놓지를 못하다가 일년전에 소니A7으로 이제는 그것도 무거워 얼마전에 라이카Q로 갈아탔다. 데쎄랄이고 뭐고 일단은 손에 편하고 가벼워야지! 내가 힘들어서 포기하게 되더라.

 

 

 

 

 

 

 

경희 누나랑 헤어지는 지점이 점점 다가왔다. 산에서 마지막 점심도 같이 먹고, 헤어지는 지점이 다가온다는 느낌이 올수록 뭔가 계속 아쉬움이 남는다. 비록 며칠이지만 뭔가 차분하고 씩씩해 보이는 누나의 캐릭터가 맘에 들었다. 뭐라도 남기고 싶어서 이렇게 서로의 발로 대신하기로 했다. 그리고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다음 여행을 기약해보기로 했다. 나도 이제 혼자 가는 여행은 심심하고 누나랑 함께 라면 어디든 편하게 갈수 있을것 같기 때문이다. 최근에 또 연락을 해서 2018년 초에나 현실에서 완전 벗어난 이색적인 곳으로 여행 가보자고 약속은 해놨다. 그곳이 어디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꼭 함께 합시다!! 누님^^

 

 

 

 

 

오후 2시쯤 마지막 휴식을 끝으로 누나는 안나푸르나로, 나는 포카라로 가기 위해 갈라졌다. 경희 누나 포터 사마르뿐! 에게 누나 잘 부탁한다며 팁좀 쥐어주니 맘이 조금 편해진듯, 자기 위안이지 뭐~ 암튼 그렇게 난 또 혼자가 된 기분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현재, 나의 자발적 선택으로 난 정말 또 다시 혼자가 되버렸다 ㅜㅜ


- 뉴브릿지 모디콜라 롯지(New Bridge Modikhola Lodge)

 

 

아침 8시 30분에 따다파니에서 출발하여 오후 4시에 뉴브릿지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배가 이른 저녁을 먹었다.

 

 

 

뉴브릿지 롯지에 도착하니 요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남정네 하나가 감자를 까먹고 계셨고, 한국분인것 같아서 말을 걸었다. 말을 이어나가 보니 포카라 한인식당 <산촌다람쥐>와도 인연이 깊은 석금동 형님!! 나중에 안 사실은 만화가라는 사실과 포카라에서 몇달을 유유자적 하시는 천하의 한량이란점, 그리고 히말라야 산을 제집 드나들듯 하는 신선가튼 형님이라는 점!! ㅋㅋ 암튼 무척 특이하신 분이시다. 싸들고 갔다가 하나 남은 작은 팩 소주를 선물로 드렸더니 너무 고맙다면서 사진을 찍으시는데, 카메라 셔터가 고장나 동조기를 카메라에 딱! 붙여서 사진을 찍으시는 요상한 형님 이시다. 여기서 또 도인 한분 만났구나 싶네~~ ㅋㅋ

한참을 떠들다가 또 배가 고팠다. 금동이 형님이 롯지 쥔장 아줌니랑 뭔가 이야기를 하시더니 한참이 지나 뭔 똥같은 음식을 들고 오신다. 날이 어두워 정말 똥! 같은 비주얼인데, 여러 곡물을 빻아서 떡 비슷하게 만든 네팔 현지인들의 음식이다. 비주얼은 이래서 그렇지 냄새랑 맛은 고소하다.

 

현지 음식은 현지인처럼 먹어야 한다는 금동이 형님의 주장에 따라 손으로 쳐먹었다. 처음엔 집는게 어색하더니 먹을만 하더이다.  이 음식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데, 암튼 네팔 소주인 럭시!와 함께 먹으니 제법 맛난다. 건너편에 보이는 금동이 형님의 야무진 손놀림 봐라!! 완저이 네팔 아재네!!

 

따다파니(2,600m)에서 뉴브릿지(1,300m)까지 1,300m를 내려왔지, 금동이 형님이랑 몇시간 수다에 네팔 소주까지 먹으니 잠이 쏟아진다. 조명도 빈약해 어둡기만 하고 일찍 잠이 든다. 9시에!! 밤 9시에 잠든건 중딩 이후에 처음인듯 하다.


- 2014/05/06 일정 요약 -

 

따다파니Tadapani(2,590m) - 뉴브릿지New Bridge(1,340m) - 약 8시간 트레킹

 

- 경비지출-

 

내용

네팔루피 원화
따다롯지 숙박,식사  3,750 37,500
포터 사마르뿐 팁 1,000 10,000
6일 총 4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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