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푼힐 트레킹 - Day.4 2014/05/04 - 트레킹둘째날(힐레에서 고레파니)

2017. 7. 15. 20:34해외지사/14년 네팔(Nepal)

네팔 푼힐 트레킹 (Nepal Poonhill Trekking) 

- Day.4 2014/05/04 -

 - 트레킹 둘째날 -

힐레 - 고레파니

 Hille(1,400m) - Ghorepani(2,880m)


- 힐레 디팍 롯지의 아침 -

힐레 디팍 롯지(Hille Dipak Lodge)의 아침이다. 지난 저녁 맥주를 너무 맛있게 먹어서 인지 새로운 환경에 잔뜩 긴장해서 인지 완전 꿀잠 잔 기억이다. 흐린 날에 방도 메트리스도 꿉꿉 했지만 발 뻗고 누울곳 있다는게 어딘가. 

 

좀더 잘수 있었지만 밖에서 '딸랑 딸랑' 울리는 종소리에 잠을 깻다. 얼른 문을 열고 나가보니 아침 일찍 부터 당나귀(?), 노새(?)에 짐을 한가득 싣고 산을 오르는 몰이꾼 행렬이다. 아침부터 이런 풍경을 보니 네팔에 온게 실감이 난다.

 

 

 

 

 

 

트레킹 첫날인 어제 몇시간 걷지도 않았는데 온몸이 뻐근하다. 오기 전에 산이라도 좀 타고 와야 했는데, 아무런 체력적 준비도 없이 기냥 와버렸다. 뻐근한 온몸을 풀겸 기지개를 힘차게 하고 카메라와 삼각대를 들고 나와 뭐라도 찍을게 있나 어슬렁 거렸다. 혼자 셀카놀이 푹~ 빠져 있는데, 아래 롯지에 있는 귀여운 남매가 혼자 셀카놀이를 하고 있는 내가 신기 했는지 창으로 나를 보며 키득 거렸다. 손짓으로 나오라고, 사진 찍어주겠다는 제스쳐를 취했더니 쭈뼛 거리면서 나온다. 그리곤 뭔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응시 했다. 또래의 아이들 같은 천진난만함 보다는 뭔가 차분하고 성숙한 느낌이랄까?

 

신이나서 찍고 있는데, 어디선가 꼬마들의 할머니로 보이시는 분이 나타나 손을 내밀며 "머니! 달러!"를 외친다. 사진을 찍었으니 돈을 내라는 의미이다. 카메라만 들고 나와 아무것도 없다는 제스쳐를 취하니 롯지에 가서 가져 오란다. 갑자기 사진 찍고 싶은 마음이 싹 가셔버린다. 허락 없이 카메라를 들이댄 나의 잘못을 돌리고 얼른 롯지로 돌아왔다.

아침을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어제 요가 트레킹을 온 다국적 젊은이들이 롯지 옆 잔디에서 요가를 하고 있다. 앞에 혼자 앉아 있는 분이 구루(Guru)인데 어제 도착한 순간부터 어찌나 똥폼을 잡으시던지, 어제도 롯지에 도착하자 마자 방에서 혼자 수행을 한다며 들어가 버렸단다. 분명 저녁부터 자빠져 잤을거라 혼자 확신한다. ㅋㅋ 내 생각이 너무 삐딱한건가. 요가 트레킹 역시 목적지는 푼힐이다. 그러나 보통 4일~5일 정도 푼힐 트레킹을 더 느리고 여유있게 진행하며, 요가와 함께 자연을 느끼며 느림의 미학을 배운다나 어쩐다나....

 

맨 앞쪽에 네팔리 아저씨는 누구냐고 물어보니, 함께 온 포터인데 옆에서 같이 요가도 따라 한단다. 아저씨!! 산 타면서 요가도 하시면서 꼭 회춘하셔요!! ^^

스트레칭도 하고 명상도 하면서 좀 하던가 싶더니, 다들 자빠져 잔다. ㅋㅋ 그렇게 한 30분은 자빠져 잔것 같다. 맨 앞에 포터 아저씨!! 너무도 여유롭고 세상 평온한 표정이다.

아침은 가볍게 요정도로 시작했다. 산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아침을 먹으니 맛도 더 훌륭하게 느껴진다. 중간 중간 식당이나 롯지들이 있으나 군것질 거리들이 많질 않으니 삼시세끼를 꼭 챙겨 먹는게 좋다.

앞으로도 자주 보겠지만 롯지의 계산서다. 보통 다음날 아침 출발 하기 전에 방값이랑 음식값등을 다 계산한다. 방값은 250루피(2,500원), 맥주 한병 370루피(3,700원) 등등, 총 2,440루피(24,400원)정도 나왔다.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의 수많은 코스들은 그냥 무작정 걷고 오르는 거 외엔 다른 엑티비티 등이 없이 때문에 경비 자체가 생각보다 저렴하다. 물론 롯지 방값이나 음식 값등은 해발이 높을 수록 더 비싸진다. 거기까지 이고 지고 가는 건 모두 포터들의 인건비 이기 때문이다. 암튼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은 생각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위대한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멋진 여행임에는 틀림 없다.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에서 먹고 자는 롯지의 퀄리티는 더도 덜도 말고 딱! 요정도로 하자! 해발이 낮은 지역에서는 핫샤워(Hot Shower)나 와이파이(Wifi)가 가능한 롯지도 있지만 해발이 높아 질수록 와이파이는 기대도 말고, 핫샤워 정도는 기대해 볼수 있다.

 

힐레 디팍 롯지를 떠나기 전! 25년전 헤어진 형을 만났다. 롯지 쥔장인데 롯지를 떠나기전 주방을 구경하고 싶어서 내려 갔다가 쥔장과 인사를 나눴고, 너무나 센스있고 위트가 넘치는 분이시다. 그리고 나랑 참 많이 닮음에, 내가 네팔리(Nepalese)인지 쥔장이 코리언(Korean)인지 모를 정도얌 ㅜㅜ. 방금 만난 쥔장이지만 나랑 쿵짝이 너무 잘 맞아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한다.  

"일찍 온다고 했자나요~~ 돌아온다고 약속 했자나요~~ ㅜㅜ"

"내가 25년 동안 기다렸는데~~,,, 그때 형을 혼자 두고 오는게 아니었는데 ... ㅜㅜ"

"이제 다음 생애에 만나요~~ 안녕!!"

- 하루 1,400m를 점프하다 -

어제부터 하산 러진 선생!이 예고 한대로 힐레(1,400m)에서 고레파니(2,880m)까지 1,400m를 올라가야 한다. 말그대로 지옥 산행이다. 오히려 날이 덥지 않아 다행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사진 찍고, 밥 먹고 헤어진 형님을 25년만에 만난후 8시에 롯지를 나섰다.

 

 

 

 

종교의 나라답게 높은 산에서도 종교적 색채가 가득이다. 아침에 이마에 빨간 점을 찍은 꼬마 아이부터 이런 비석들까지... 교회로 치면 성경 말씀(?)이나 산에서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문구들이다.

 

 

이른 아침 잔뜩 실은 짐을 가지고 산에 올랐다가 짐을 다 내리고 내려오는 당나귀 행렬이다. 바로 옆을 지나는대도 녀석들이 순해서 살짝 쫄았다가 경계를 풀게 된다. 이 녀석들이 온순한대는 저 네팔 청년도 한 몫 했을 거다.

 

 

점심을 먹은 롯지에서 일하는 네팔 처자이다. 러진이랑 역시나 너무 친하고 재밋는 대화를 이어 나가기에 "러진! 너 저 여자 좋아하지?" 라고 농담을 하니 얼굴이 빨개진다. ㅋㅋ 이제 갓 20을 넘은, 한창 청춘인 나이에 산에 있으니 답답하지 않으랴~ 우리 눈으로 보기는 촌스럽기 그지 없지만 내가 산에서 본 네팔 처자중에서 가장 트렌디한, 가장 패셔너블한건 분명했다.

 

"하산 러진 선생! 지금 보니 당신도 한 대가리 하시네요!! 내가 고딩때 별명이 대갈왕자! 였소, 이렇게 놓고 보니 러진 선생 당신은 대갈신! 이시네요^^"

트레킹의 둘째날! 힐레에서 고레파니 까지는 이런 돌계단을 끝없이 올라가야 했다. 한국에서 1,400m 높이라면 왠만큼 산 높이에서는 짱! 먹을 건데, 함께 오르는 경희 누나도 잘 버티다가 롯지에 다다를 때쯤 너무 힘겨워 하며 뒤로 쳐쳤다. 가방이라도 들어주겠다고 했더니 정말 버티기 힘들면 이야기 할거라며 불굴의 의지로 버틴다. 대다나다!

 

 

"3년 느린 교통 정보 입니다. 이 시간 네팔 푼힐 트레킹 힐레에서 고레파니 자갈길은 양방향 양과 염소가 길 전면을 통제하고 있어 소통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우회도로가 없는 코스인지라 푼힐 트레킹의 답답한 흐름 계속 되고 있는데요, 거기다 도로 전면을 막고 있는 귀여운 양과 염소를 찍고 있는 여행자들로 인해 시간이 지체 되어 포터들의 속 또한 타들어 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상 3년 느린 교통 정보 뽕달!이 전해 드립니다. "

 

양과 염소로 한참을 막혀 있던 길이 뚫리나 싶더니, 후발 주자들이 갑툭튀!다, 귀여운 녀석들 ㅋㅋㅋ. 얼른 너희들 무리로 돌아가거라.

 

산에서 키워지는 양과 염소들은 산 사람들의 또 다른 삶의 방식이다.

산에서는 몸의 체온 유지가 생명이다. 한국처럼 1천, 2천 미터도 아니고 네팔 히말라야는 기본 3천, 4천 미터 이상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특히나 밤에는 온도 또한 급격히 떨어진다. 롯지에도 특별한 난방 장치가 없기 때문에 두꺼운 이불에 옷을 단디 껴입고 자야 한다. 난 건강하니까!! 난 태양인이니까!! 그딴 소리는 집어 치워~~!!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고산병에는 장사 없다. 고산병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컨디션 관리이기 때문에 적절한 체온 유지도 네팔 트레킹에서 중요한 사항이다. 그러니 몸을 보호할 옷이나 악세사리를 준비하지 못했다면 산행 중간에 겟(GET)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참고로 푼힐(3,200m) 트레킹 정도로는 고산병 없으니 걱정 안해도 된다. 나 같은 경우는 3,900m 정도부터 숨이 가쁘고 머리가 무거워지면서 고산 증세가 시작 되더라.

 

하산 러진 선생!의 또 다른 닉네임! 16년 동안 한번도 입을 열지 않은 수다 러진 선생! 잠시 쉬는 타이밍에도 또 열심히 뭔가를 설명하신다. 말은 또 어찌나 빠른지, 내용은 몰라도 그 뉘앙스가 전달이 되더라. ㅋㅋ

네팔에 히말라야 산을 오르는 포터(Porter)라는 직업은 보통 10대 후반 부터 시작하여 나이가 들면 하기 어려운 직업이다. 그만큼 힘들고, 네팔 사람들 얼굴을 보면 한국 사람보다 노화가 빨리 된다고 해야 하나? 같은 나이임에도 훨신 늙어 보이는...아무튼 수다 러진 선생께서 지금 만나고 계시는 분도 포터로서 오랜 경험을 지닌 베테랑 중에 베테랑이란다. 러진은 종종 이런 분들을 만나 산에서 돌아가는 이야기, 정보들을 들어서 재미난 부분들은 나한테 알려주기도 했다. 그 이야기중에 섹드립도 빠질수가 없지 ㅋㅋㅋ

 

- 고레파니 다울라기리 롯지(2,880m)  -

고레파니(Ghorepani 2,880m)에 드뎌 도착이다. 아침 8시에 출발해서 오후 4시에 도착했으니 점심 먹은거 포함해서 8시간 동안 약 1,400m를 더 올라왔다. 경희 누나는 힘들어 죽을 것 같은 얼굴빛이 사색이 될정도로 힘들어 하면서도 악으로 깡으로 올라왔다. 정말 힘들면 가방을 부탁 한다더니, 버틸 만큼 버텨 보다가 안되겠는지, 정말 미안하다면서 가방을 부탁했다. 누나의 정신력 하나 인정!!!

 

사실 큰 배낭이나 짐은 포터의 몫이고 우리는 일반 배낭에 자주 꺼내는 것들만 지고 간다. 그럼에도 일단 한국과는 다른 높이이기 때문에 몸이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나도 도착 한시간 전부터는 너무 힘들어서 말도 안나오더라. 더군다나 몹쓸 장비병에 쓸데없이 무거운 5D Mark2를 들고 트레킹을 왔으니, 내가 카메라를 들고 가는게 아니라 카메라를 모시고 산을 오르는 기분이다. 나중에는 옅게 비까지 내려 우의 안으로 카메라님을 고이 모시며 올라가야 했다.

 

고레파니 다울라기리 롯지(Ghopani Dhaulagiri Lodge)에 인터넷 서비스가 된다고? 신호는 잡히나 그저 장식일뿐~ 괜한 기대감에 해발 2,880m에서 SNS에 네팔 트레킹 허세좀 부리려 사진좀 올리려다가 속이 터져 액정과 배터리가 분리 되는 수가 있다. 그저 맘을 비우도록 하자.

이 정도면 거의 판자집 수준이다. 2층 건물 전체가 나무로 지어져서 걸을때마다 삐걱 거리고 무너질까봐 괜시리 겁나는... 사실 내가 쓸데없는 겁이 너무 많다. 고생하러 왔으면서 안락하고 깨끗한 방 기대하면 안되지, 이것도 어딘데...

본격적으로 밤이 되자 불을 켜긴 했는데, 어둡다. 석봉아~ 너는 글을 쓰거라. 나는 잘테니.. 모드..

 

모든게 어둡고 날이 제법 쌀쌀해져서 가운데 난롯가에 모이게 된다. 거의 촛불 모드로 나름 운치가 있음, 인정!! 내일은 새벽 5시에 일어나 푼힐 전망대로 올라간다. 밤이 되자 비가 오기 시작했고 아침 일출은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일어나 가보기로 했다. 비가 많이 오는 경우는 푼힐 전망대까지 위험하기 때문에 전망대까지 오르지 않고 하루를 더 기다리거나 다시 내려 가기도 한단다. 비가 많이 오지 않기를 바라며, 날이 추우니 꽁꽁 싸매고 자야겠다.


- 2014/05/04 일정 요약 -

힐레(Hille 1,400m) - 고레파니(Ghorepani 2,880m)

- 아침 8시 출발 - 오후 4시 도착(약 8시간 트레킹)

 

 

- 경비 지출 -

내용 네팔루피 원화
힐레 롯지 방,식사  2,440 24,400
점심 치킨카레  500 5,000
4일 총 29,400원 2,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