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9. 6. 20:48ㆍ해외지사/18년 페루-볼리비아(Peru-Bolivia)
페루/볼리비아(Peru/Bolivia)
2018/03/02
No. 34 - 우유니행 야간버스 사고
- Night Bus Accident -
역시 쉽지 않은 남미!!
지금까지 14개국 정도를 여행했다. 여행중에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지만, 페루/볼리비아의 남미 여행은 내 여행에서의 끝판왕이다. 지금까지 아무 탈없이 매 여행을 마무리 할수 있었던게 행운이라면 행운이다. 남미 이전에 그나마 큰 사고라고 하면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중에 왕가레이에서 소농장 울타리를 받고 캠퍼밴을 통째로 교환한 정도!
페루/볼리비아 여행에서는
1. 페루에 도착하여 수화물이 아직 유럽에 있었고
2. 우유니행 심야 버스 사고
3. 페루 리마에서 카메라 강도를 만나 눈뜨고 당한 사건
천재 지변이 아닌 외에 여행중에 맞딱뜨릴수 있는 여행 사건 3종 세트를 남미에서 모두 다 경험했다. 지금은 두번째 사건! 우유니행 심야 버스 사고이다.
볼리비아에 온 이유는 오직 하나! 우유니 사막을 보기 위해서다. 페루 푸노에서 라파즈를 거쳐 버스를 갈아타고 또 신나게 달려가야 했다. 라파즈 버스 터미널에서 밤 8시에 출발하여 우유니에 아침 6시에 도착하는 약 550km, 10시간 짜리 야간 버스를 탄다.
라파즈 터미널에서 5시간을 뻐기다가, 드뎌 밤 8시 출발 시간이 다가왔다. 오늘 탈 버스 회사는 오마르(Omar)!! 오마르~~~~~~이다. 이놈의 시키 사고로 평생 잊어먹지 않을 그 이름 오마~~르~~~~~!!
좌석마다 두툼한 담요 한장씩 비치 되어 있다. 맨 앞자리 바로 뒷줄이다. 좌석 밑은 이렇게 막혀 있다. 좌석 밑에 짐들을 두는 경우가 많은데 뒤에서 슬쩍 빼가면 도난을 방지 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다리는 짤지만 키는 큰 나는 이 막힘 구조가 너무나도 불편하다. 다리를 쭉 펼수가 없기 때문에...
8시에 버스는 출발하고 잠이 올일은 없다. 아이패드 미니에 영화를 엄청시리 담아간게 너무도 다행이다. 남미 여행중 긴시간 비행기 안에서 버스 안에서 뭔가에 집중해서 책을 읽는 다거나 할수도 없고, 시간을 때우기에는 아무 생각없이 아이패드 미니에 영화를 보는게 킬링 타임용으론 최고였다. 근데 정말 아무 생각없이 보기에 무슨 영화를 본지는 기억이 하나도 안난다. 10시간 버스!! 이 버스에서 영화를 두편 이상은 본듯하다.
우리 앞자리에 강렬한 영국 엑센트를 뽐내주시는 여자 둘, 남자 하나가 수다 떠는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노라니 영국 영화 보는 기분이다. 그렇게 영국 엑센트를 소리로 감상하다, 아아패드 미니로 영화를 보다 12시가 조금 넘어 잠이 든걸로 기억한다.
버스 사고의 순간!!!
잠결에 쾅! 하고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와 몸이 붕뜬 기분이 들더니 사람들이 비명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서늘한 바람이 몸으로 느껴지며 그 바람소리도 들리는듯 하다. 그 찰나의 순간 지금 이 상황이 뭔지 감이 오지 않는다. 머릿속에는 지금 꿈인듯 내가 비행기를 타고 있다 추락하나? 싶은 생각이 들다가, 우유니 가는 버스 안이였음을 깨닫는다. 남미 여행 가기전에 수많은 상황들을 미리 상상해봤었다. 혹시 일어날 사고들... 그중에서 가장 흔한게 버스가 계곡이나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사고다. 가끔 뉴스나 인터넷 기사로 접하게 되는 남미 버스 사고들... 지금이 그 상황인 것이다. 몸이 붕 뜨는 느낌에 본능적으로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몸을 웅크렸다. 붕 뜬채로 어디론가 끌려가는 느낌이 드는 그 짦은 순간에 속으론 '제발 낭떠러지만 아니길... 계곡 밑으로 떨어지는 것만 아니길... ' 하고 수없이 빌었다.
셀수 없는 그 찰나의 순간이 지나고 버스가 어디선가 멈췄다. 앞을 보니 사진 그대로 버스 앞 창문이 다 깨지고 아수라장이다. 그리고 창문 밖으로 평야 한가운데 버스가 멈춘걸 확인하자 일단은 낭떠러지가 아닌게 천만 다행이다 싶었다. 순간적인 상황 판단으로 일단은 살았구나 하는 안도감, 내 짐이랑 몸상태, 그리고 경희 누나의 안전 여부를 파악한 후에 가방에서 아이뽕이랑 카메라를 꺼내들고 사진이랑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내가 무슨 기자도 아니고, 그러나 여행중에 마주칠수 있는 이런 상황이 오면 어떻게든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기록으로 남겨야 겠다고 이전부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왔기에, 본능적으로 몸이 반응하게 되었다. 긴급한 상황이 아닌 이상 지금 이 상황도 먼 훗날 돌아보면 내 역사의 한 페이지 이기에...미띤놈!!!
내 앞자리 강렬한 영국 악센트 백인 언니 발바닥이 찟어졌다. 앞 창문이 다 날아갔는데도 그 정도로 다친게 천만 다행이다. 그 외에는 2층 승객들은 무사했다. 승객중 한명이 응급 상자를 찾아내 일단은 발바닥에 유리를 뽑고 어떻게든 치료를 시도해본다. 버스 1층에 내려가봤다. 무언가 부딪히긴 한듯, 버스 1층 왼쪽 편 유리가 다 깨지고 그 파편에 일본인 남자 한명 머리에서 피가 심하게 흘렀다. 찍어 놓은 동영상들은 따로 올리도록 해야겠다.
가방을 챙겨 일단은 모두 밖으로 나왔다. 시간을 체크해보니 새벽 5시에 버스 사고가 난것 같다. 신호는 잡히지 않지만 구글맵을 열어 좌표를 보니 우유니 거의 다온 상황이다. 원래 스케줄 대로라면 아침 6시에 도착 예정이니 한 시간 정도 남은 거리에서 사고가 난거다. 도로에서 한참 벗어난 모래 평지 한가운데 버스는 멈춰 있었다. 뭔가에 부딪혀 도로를 벗어나 한참을 끌려온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버스가 한쪽으로 뒤집어 지지 않은게 천운이다. 한쪽으로 뒤집어 졌다면 더 큰 상황이 발생될 뻔 했다.
사방을 둘러봐도 집한채 보이지 않는 모래 평야이고 맞은 편 차와 부딪힌듯 하다. 버스 운전석은 완전 만신창이가 되고 버스 기사가 끼여서 나오지를 못하고 있다. 다행이 의식은 있는듯 했다. 이런 처참한 광경은 내 삶에 처음이다. 이게 꿈인지 생신지 하는 말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다. 힘들어 하는 버스 기사를 보며 우리가 할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내가 할수 있는 일을 열심히 사진을 찍어 이 상황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밖에 없다는 생각에 계속 돌며 사진을 찍었다.
버스 운전석 쪽 한편이 창문도 다 깨지고 너덜너덜 해져있다. 맞은편 차와 부딪힌게 분명했다.
도로 쪽으로 나가 보기로 했다. 끌려간 중간 중간 버스에서 떨어져 나온 잔해들이 보였다.
맞은 편에서 오던 이 트럭과 부딪힌 것이다. 이게 트럭인가 싶다. 차 사고가 나면 종잇장처럼 너덜너덜 해진다고 하는데, 그 표현이 딱 맞었다. 앞 자리와 한쪽 면이 형체를 알아볼수 없을 정도로 날아가버렸다. 아직도 몽롱한 상태라 너무 덤덤하다. 상황을 보니 이 트럭이 중앙선을 넘어온 것이다. 새벽에 졸음 운전을 했을게 뻔하다.
우리가 탄 버스는 중앙선을 넘어온 트럭과 부딪히고 거의 200m 이상을 더 가다가 멈췄다. 버스 기사가 트럭과 부딪힌후 바로 의식을 잃고 가속 페달을 밟고 있었나 보다. 어쨋든 넘어지지 않은 버스에 정말 감사함이 올라왔다.
앞자리에 탄 영국 언니는 발바닥이 찟어져 그나마 덜하지만, 1층에 탄 일본인 친구는 머리가 터져 제일 상태가 심했다. 다친 머리 보다는 그 충격으로 인한 쇼크가 더 심했으리라. 어려우면 단결한다고, 유럽에서 온듯한 백인 아주머니가 일본인 친구 응급 처치를 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은 폰으로 빛을 만들어 주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날은 금새 밝아 왔다. 나랑 경희 누나가 탄 자리가 2층 La Paz 라고 쓰여진 두번째 자리였다. 운이 좋게도 2층 자리 딱 거기만 창문이 멀쩡했다. 우리 버스에서 사망자는 없지만 사고는 한 순간이고, 생과 사의 갈림길 또한 순간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뒤따라 오던 버스와 트럭들도 그대로 멈춰 있다. 그냥 옆으로 비켜 돌아갈 만도 한데, 통제에 잘 따라 대기하고 있었다.
다시 도로에 트럭쪽으로 가보았는데, 날이 훤해지니 그 처참한 모습이 그대로 들어났다.
트력 옆에 다친 사람이 누워 있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트럭에 탄 운전자와 동승자가 그 자리에서 사망했단다. 저 담요에 덮혀진 사람이 그중에 한명인 것이다. 그 사실을 접하고 사진을 다시 보니 뭔가 섬뜩했다. 한국에 돌아와 인터넷을 뒤져보니 이 버스 사고가 볼리비아 신문에도 실려 있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우유니에서 새로운 버스가 도착하고 모두 옮겨 탔다.
우유니 병원에서 출발한 구급차도 도착하여 머리를 다친 일본인 친구를 실어갔다.
새로운 버스에 옮겨 타고 우유니 올때까지 몸은 너무 피곤한데 잠은 오지 않았다. 수없이 사고 순간의 상황을 곱씹어 봤다. 혹시 이렇게 됐으면, 저렇게 됐으면, 하고 벌어질뻔한 다른 상황들을 생각해보니 아찔하다. 죽음에 대해서 막연하게나마 생각해 본 날들이 많았지만, 이처럼 맞딱뜨릴뻔한 상황과는 달랐다. 정말 한끗 차이로 다치지 않고, 죽지 않았던 거지, 운이 없었음 트럭의 사망자가 내가 될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벌써 우우유니에 도착했다. 우유니 한번 오기 드럽게 어렵구나 싶다. 정말...
구급차에 실려간 일본인 친구말고, 발바닥이 찟어진 영국 언니는 버스에서 내려 병원 침대에 누워서 끌려갔다. 침대에 누워 끌려갈 정도는 아닌것 같은 생각에 멋쩍었는지 버스 쪽을 보며 실실 웃는다. 말없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남미! 너란 녀석 정말 쉽지 않구나!! 왜 이리 까칠하니~~ 이렇게 남미 사건 3종 세트 중에 두번째 사건이 무사히 마무리가 되었다. 이 버스 사고 이후 나름 트라우마 아닌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이후에 비행기를 타다가 비행기가 살짝 흔들리거나 하면 그 순간의 섬뜩함이 뇌리를 스치고, 설마.... 하는 무서움이 마음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비행기를 타도, 차를 타도, 내가 차를 운전해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운전은 이전보다는 더 조심해 졌지만...
그런 상황을 한번 겪어봐야 무서움을 알고 조심하게 되는거지.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160km를 밟는 어떤 녀석을 한참 혼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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